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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08-04-02

[매경이코노미] 김호충 사장 기고문 게재

 

[뷰포인트] 조선소 건설 무모한가

 

김호충 대한조선 사장

 

 

우리나라 영·호남 지자체들은 조선소나 조선 관련 산업을 신규로 유치하기 위해 대단한 열성을 보이고 있다. 수많은 투자자들이 이곳저곳에 조선소를 건설하고 있으며 일부 신생 조선소들은 선박을 건조하기 시작했다. 신규 조선소투자 붐을 곱지 않게 바라보던 기존 대형 조선소들도 비판 일변도의 자세에서 벗어나 선박건조 능력을 대폭 확대하기 시작했다.

조선 산업은 대규모의 엔지니어링(공학)을 기반으로 한다. 설계 및 연구 인력 양성에 오랜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생산 가능 인력 확보도 쉽지 않다. 선박건조의 주요 원자재인 강재류의 적기 공급도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조선 산업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기존 대형 조선소들은 신규 조선소투자는 지나치게 과열돼 있고, 장래에 큰 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지금 조선소 건설이 과연 무모한 투자일까.

현재 우리나라 대형 조선소는 종합 조선업을 영위하고 있다. 벌크선으로부터 시작해 유조선, 컨테이너 운반선, LNG·LPG 운반선, 자동차 운반선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상업 선박들을 한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를 유지하기 위한 대규모의 기술 및 관리 인력 보유 비용 또한 꽤 높은 게 현실이다. 그런 까닭에 대형 조선소들은 최근 컨테이너 운반선, LNG·LPG 운반선 등 비교적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의 건조에 주력해왔다. 반면 벌크선이나 초대형 유조선(VLCC)을 제외한 일반 유조선 등은 취급하지 않으려는 추세였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대형 조선소들은 여전히 너무나 다양한 선박을 취급하고 있다.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일부 선종만으로는 현재 가동되고 있는 독을 채우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신규 조선소들에 가장 유리한 환경은 무엇보다도 조선업 활황이다. 현재 연간 신규 조선 발주량은 직전의 최대 호황기 발주량의 두 배가 넘는다. 조선 활황은 호·불황 연속선상의 호황 국면이 아니라 발주량의 급격한 계단식 상승과 호황이 결합된 형태로, 지금까지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변화다. 이런 상황에서 발주량이 많고 발주 선종이 과거에 비해 단순화된 것이 신규 조선소로서는 높은 진입 장벽을 돌파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다.

 

신규 조선소가 컨테이너 운반선이나 LNG 운반선의 건조를 시도한다면 기존 대형 조선소의 벽을 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비교적 설계가 용이하고 생산에 어려움이 적은 벌크선이나 유조선 그리고 기존 대형 조선소가 건조를 기피하고 있는 특수한 선종(예를 들면 화학제품 운반선)을 전략적으로 선택해 차별화에 노력한다면 신생 조선소에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취급하는 선종을 소수로 제한해 엔지니어링에 소요되는 인력과 비용을 최소화하고 반복 생산을 통해 높은 생산 효율을 달성한다면, 기존 조선소보다 비교적 낮은 기술과 적은 인력으로도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또한 신규 조선소에는 전용선 건조도 관건이다. 기존 조선소들이 너무나 다양한 선박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선종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선종에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기존 대형 조선소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선종을 선별해 선주에게 차별적인 가치(가격, 납기, 품질 등)를 제공하는 데 주력한다면 새로운 생존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성공적인 신규 조선소를 만드는 것은 비단 성공적인 저가 항공사를 만드는 것에 비견될 수 있다. 더 고급의 선박, 부가가치가 더 큰 선박을 건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 대형 조선소가 다루기에 적당하지 않은 단순한 선박, 부가가치가 적은 선박을 최소의 비용과 최대의 생산성으로 건조해내면서 고객들에게 차별적 가치를 제공해야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기고문은 매경이코노미 제1449호(08.04.02일자)에 게재되었습니다.